대한민국의 고학력자 취업난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박사 학위 수여자 10명 중 3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백수’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박사의 절반 가까이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우리 사회의 고용 시장 문제가 각 학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취를 이룬 인재들에게까지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박사 취득자 29.6%, 일자리 없이 ‘무직’ 상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만442명 중 70.4%만이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29.6%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거나 구직 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취업자(실업자)는 26.6%,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3.0%였습니다.
무직자 비율 29.6%는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24.5%에서 시작해 2018년까지 25.9%로 20% 중반대를 유지하던 무직자 비율은 2019년 29.3%로 급증했고,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전국 대학의 박사 학위 취득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 결과는 고학력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고소득·고학력자의 일자리를 더 많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있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청년과 여성 박사에게 더 가혹한 취업 현실
연령별 분석 결과, 특히 청년층 신규 박사들의 취업난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30세 미만 응답자 537명 중 무려 47.7%가 무직 상태였으며, 이 중 45.1%는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였습니다. 2.6%는 구직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전체 청년층 취업자가 1년 전보다 6만1000명 감소한 청년 고용 한파의 연장선에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11월부터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청년 고용 악화가 최고 학위를 가진 청년 박사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 것입니다.
성별로는 여성 박사들의 취업난이 더 심각했습니다. 작년 무직자 비율은 남성 박사(6288명) 중 27.4%, 여성 박사(4154명) 중 33.1%로 여성 박사의 무직 비율이 5.7%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전공별로도 취업 격차가 뚜렷했습니다. 무직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전공은 예술 및 인문학으로 40.1%에 달했으며, 자연과학·수학 및 통계학(37.7%), 사회과학·언론 및 정보학(33.1%) 순으로 높았습니다. 보건 및 복지(20.9%), 교육(21.7%), 경영·행정 및 법(23.9%)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취업 상황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취업 박사들 연봉, 전공별·성별 격차 존재
취업에 성공한 박사들의 경제적 상황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신규 박사 중 취업에 성공한 7346명의 47.4%가 연봉 2000만원에서 6000만원 사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7.6%가 2000만~4000만원 미만, 19.8%가 4000만~6000만원 미만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박사는 14.4%에 불과했습니다.
연봉에서도 성별 격차는 확연했습니다. 1억원 이상 연봉자 비중은 남성 박사에서 18.7%, 여성 박사에서는 7.2%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반면 2000만원 미만 저연봉자 비중은 남성 6.6%, 여성 17.3%로 여성 박사들이 낮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전공별로는 경영·행정 및 법(23.5%), 보건 및 복지(21.9%), 정보통신 기술(20.3%) 분야에서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 비율이 높았습니다. 예술 및 인문학 전공자의 25.5%는 연봉 200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교육(17.3%), 서비스(15.0%), 사회과학·언론 및 정보학(12.7%)도 저임금 비율이 높았습니다.
박사들의 선택과 현실
박사들의 직장 선택 기준에서는 ‘전공 관련성’이 30.2%로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이어 급여(26.1%), 고용안정(16.9%) 순으로 높았습니다. 실제 업무와 전공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89.0%가 ‘높다’고 응답한 반면, 11.0%는 ‘낮다’고 답해 10명 중 1명꼴로 전공을 살리지 못한 채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사 과정에 드는 비용도 상당했습니다. 지난해 박사 과정 학비 총지출은 절반 이상(51.3%)이 200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만~3000만원 미만 25.5%, 3000만~4000만원 미만 11.8%, 5000만원 이상도 6.2%에 달했습니다.
시사점과 전망
박사 학위 취득자들의 취업난 심화는 단순히 고학력자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일자리 구조와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최고 수준의 학문적 성취를 이룬 인재들이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은 인적 자원의 심각한 낭비이자 사회적 손실입니다.
특히 청년과 여성 박사들이 겪는 더 큰 어려움,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의 높은 실업률은 학문 분야 간 균형 발전과 다양성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이 고학력자의 일자리를 더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은 미래 교육과 일자리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원 교육의 방향성, 산학 협력 강화, 신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박사 과정 진학과 전공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한 판단과 준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