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0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사로잡은 소설 ‘스토너’를 소개하겠습니다. ‘스토너’는 미국 덴버대에서 30년 동안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친 존 윌리엄스(1922~1994)가 1965년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오랫동안 평가절하되다 지난 2013년 영국 최대의 서점인 '워터스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출간 후 50년 만에 전 세계를 사로잡은 ‘스토너’ 개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 사이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평범한 남자의 삶을 심오하게 다룹니다. 전형적인 문학 주인공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공·명성·인정은 없지만, 평생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발견한 윌리엄 스토너의 존엄성이 울림을 줍니다.
좌절과 슬픔, 외로움을 겪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일생을 지내온 윌리엄 스토너. 이는 성공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큰 이른바 ‘피로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대인들에게 더 깊고 절실하게 다가갑니다.
작가 존 윌리엄스는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서술로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진실하고 강렬하게, 인간에 대한 연민을 품고 펼쳐 보입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의 깊이와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독자들이 잘 사는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도록 도전하는 반(反)영웅 이야기라고 묘사했습니다.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기록한 소설 ‘스토너’ 줄거리
농부의 아들 스토너는 열아홉 살에 농업을 배우고자 대학에 진학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이지만 우연히 들었던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택한 스토너.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해 가정도 이루고 대학에서 교수가 돼 평생 그곳에서 근무합니다. 교내의 정치나 출세보다는 학문에 대한 성취에 더 열중하고 학자로서 전력투구하지만, 점점 사람들로부터 고립될 뿐이었습니다.
가정생활도 순탄치 않습니다. 정열적이었던 사랑의 자리에 일상이 파고들면서 아내의 민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결혼 생활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무미건조한 그의 삶에 찾아온 사랑도 이뤄지지 않고, 결국 세속적 기준에서 실패한 인생이 전개됩니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개인적인 불행과 사랑의 실패에 시달리면서도, 갑작스러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합니다. 일생을 바친 그의 연구처럼 자신의 일생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듯 말이죠.
소설 ‘스토너’ 감동의 근원과 분석
스토너는 평범한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의 깊이를 강조합니다. 부나 명성을 쌓지도 않고 자신의 분야에 크게 기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문학과 교육에 대한 그의 확고한 헌신은 조용히 특별한 내면의 삶을 반영합니다. 스토너는 관계나 물질적 성공보다는 가르치고 배우는 데서 성취감을 찾습니다. 이는 내부 만족이 기존의 성공 지표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사회적 규범에 도전합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부터 유명하지 않은 경력에 이르기까지 스토너의 삶의 많은 측면이 실패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스토너의 조용한 회복력과 자신의 가치를 타협하지 않는 그의 태도를 일종의 성공으로 묘사합니다. 끊임없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대한 스토너의 헌신은 자신의 방식으로 목적을 찾는 데 대한 강력한 진술이 됩니다.
소설 ‘스토너’ 에 대한 출판사 서평과 미디어 리뷰
‘스토너’의 국내 출판사 RHK코리아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에 인생의 모든 빛나고 특별한 순간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통찰과 감동은 책을 덮은 후 갑자기, 한꺼번에 독자의 마음에 찾아온다”며 “그것은 ‘쓸쓸한 삶’이었으나 우리는 누구나 철저히 혼자라는 인생의 진리, 그럼에도 자신의 고독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성취한 이의 묵묵한 투쟁이 전하는 감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남보다 특별한 주인공을 설정하고 극적 성공과 화려한 몰락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고전 문학과는 대조적인 접근과 서술이지만 전하는 감동은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더욱 깊고도 비밀스럽기에 평범이 쌓여 만들어내는 비범함이자 소설 ‘스토너’를 50년의 세월이 지나 주목받게 한 원동력이라고 본다”고 평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위대한 소설이라기보다 완벽한 소설”이라며 “이야기 솜씨가 워낙 훌륭하고 글이 아름다우며, 감동적이라서 숨이 막힐 정도”라고 했습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전 세계 출판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베스트셀러는 단연 존 윌리엄스의 고전 소설 ‘스토너’”라고 극찬했습니다.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 단순하지만 찬란한 이야기, 평범한 삶과 조용한 비극에 대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위대한 작가의 걸작”이라고 했고, 선데이타임스는 “조용하고 절망적인 생애에 관한 소박한 이야기로 세상이 잊고 있었던 20세기의 걸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요커는 “대가의 솜씨가 엿보이는 초상화”라며 “윌리엄스는 지극히 힘든 이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뛰어난 통제력을 보여준다”고 칭찬했습니다. 파이넨셜타임스는 “종류를 막론한 모든 문학작품 중에 인간적인 지혜나 예술적인 측면에서 이만한 수준의 근처에라도 도달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