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가 2011년부터 매년 한 권씩 발표한 '나폴리 4부작'은 2014년 완작됐습니다. 전 세계 27개국에서 300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이른바 '페란테 열병'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죠. 2014년 국제IMPAC 더블린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됐고, 2015년 이탈리아에서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 스트레가상의 최종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2017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엘레나 페란테를 선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초 완간돼 2만명 이상의 독자를 끌어모았습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전 세계 비평가와 미디어들이 이렇게 주목하는 데에는 뭔가 있지 않겠느냐 싶어 출간에 나서게 됐다"며 "두 여성의 이야기에 이탈리아 현대사와 정치·사회 상황을 녹여낸 이 작품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지우 번역가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대서사 소설이란 점에서 박경리의 '토지'도 연상되고 전후 50년대를 묘사하는 이야기에서는 박완서도 느껴진다"며 "무엇보다 두 여성의 우정 이야기를 4부작 일대기로 다룬 작품이 이전에 없었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평했습니다.
나폴리 4부작은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성 '릴라'와 '레누'의 생애와 우정을 그립니다. 두 여성의 유년기에서 사춘기, 청년기까지 숨 가쁘게 다다른 1∼3권에 이어 4권은 중년기와 노년까지 마무리됩니다. 4권으로 묶이긴 했지만, 24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7∼8권으로 나눌 수도 있는 대하소설입니다.
주로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시리즈는 정체성, 계급투쟁, 페미니즘, 교육, 여성 우정의 복잡함 등을 주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사회적·정치적·정서적 격변을 탐구합니다. 직설적이면서도 깊은 성찰이 이어집니다. 어조는 개인적이고 반성적이지만 페란테는 더 넓은 정치적·사회적 주제를 탐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의 글은 특히 관계와 개인적 야망의 어두운 측면을 묘사할 때 감정적 정직함이 순수하게 드러납니다.
1편 ‘나의 눈부신 친구’
1편 ‘나의 눈부신 친구’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헤쳐나가는 두 친구 사이의 힘의 역학을 보여줍니다. 배경은 1950년대 나폴리의 노동자 계층 동네입니다. 릴라와 레누는 감탄, 경쟁, 상호 영향으로 복잡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레누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반면 릴라는 지적으로 뛰어나지만 가족의 재정 상황으로 인해 교육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장한 경험’ ‘교육 기회가 개인적·사회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 ‘자기 개선에 대한 욕구와 계급 및 성별에 따른 제한 사이의 긴장’ 등을 다룹니다.
2편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2편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릴라의 결혼과 레누의 학문적 성공에 초점을 맞춰 우정을 성인 초기까지 이어갑니다. 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만 곧 새로운 삶의 한계와 어려움을 깨닫게 됩니다. 레누는 고등 교육을 추구하고 친구와 자신의 출신지로부터 천천히 거리를 두며 보다 지적이고 국제적인 세계로 나아갑니다. 결혼은 특히 사회 경제적 배경이 낮은 여성에게 제한적인 제도입니다. 두 여성이 독립을 위해 택하는 서로 다른 길, 삶이 갈라지면서 우정의 역동성이 변화합니다.
3편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3편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이탈리아에서 정치적으로 격동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레누는 출판 작가가 돼 부르주아 지식인의 삶에 들어섰고, 릴라는 미혼모이자 소시지 공장 노동자로서의 삶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정치 및 사회 운동, 특히 페미니즘 운동과 노동 운동이 등장인물의 개인 생활에 미친 영향이 주된 내용입니다. 두 친구 사이의 끊임없는 밀고 당김, 한 명은 탈출을 추구하고 다른 한 명은 원래의 근원에 묶여 있습니다.
4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4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중년과 노년을 다루며 서사를 결론짓습니다. 두 여성 모두 일정 수준의 성공과 실패를 겪었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얽혀 있습니다. 제목은 말 그대로 잃어버린 아이와 소설 전체에 스며드는 은유적인 상실감·환멸을 모두 나타냅니다. 릴라의 탁월함은 사라졌고, 레누는 개인적·직업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4편은 두 여성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삶과 결정이 그들을 형성한 방식을 탐구합니다. 테마는 ‘정체성과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의 결과’ ‘여성의 삶에 있어서 성공·실패·상실의 순환’ ‘지속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인 우정의 유대’ ‘노화·모성애·변화의 필연성’ 등입니다.
나폴리 4부작은 인격 발달의 깊이와 심리적 통찰력으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미국 타임지는 "격렬한 분노와 열정이 지속되는 걸작"이라며 "이 눈부신 소설은 이탈리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체제를 미묘하게 전복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라 넬슨 아마존 편집장은 "미국 여성에게 페란테의 존재는 마치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정도의 존재"라고 했습니다. 프랑스 르몽드는 "페란테는 마약 같다"며 "단어, 메타포, 그리고 외설적인 묘사까지 모든 것은 마치 피부에 스며드는 듯 자연스럽다"고 극찬했습니다.
페란테는 몇몇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난 엉킨 실타래 안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며 "엉킨 실타래는 나를 매혹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존재의 얽힘, 이것은 개인과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돼 있으므로 이를 다시 파악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사실 풀려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문학은 '얽힘'으로 구성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폴리 4부작은 미국 유료 케이블채널 HBO와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시즌 1은 2018년 11월 18일부터 2018년 12월 10일, 시즌 2는 2020년 2월 10일부터 2020년 3월 2일 각각 총 8부작으로 방영했습니다. 국내에서는 ‘WATCHA EXCLUSIVE’로 왓챠플레이에서 2020년 4월 29일에 독점 공개했습니다. 시즌 3는 HBO에서 2022년 2월 28일부터 방송됐고, 국내에서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왓챠플레이에서 2022년 4월 15일 공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