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집에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정주행 할 드라마를 찾고 계신다면 얼마 전 종영한 ‘조명가게’는 어떠신가요? 디즈니+에서 지난 12월 4일부터 18일까지 선보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 ‘조명가게’가 종영 후에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꾸준히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월트디즈니코리아에 따르면 ‘조명가게’는 2024년 공개된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중 최다 시청 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무빙’에 이어 디즈니+의 역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의 흥행에 원작 웹툰도 함께 상승세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디즈니+가 ‘조명가게’를 처음 공개한 4일부터 15일까지 추이를 집계한 결과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원작 웹툰 조회수는 방영 전보다 187배 늘었고, 매출은 159배 뛰었다고 지난 19일 밝혔습니다.
드라마 ‘조명가게’ 개요 및 줄거리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2011년 연재)을 원작으로 제작한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의문의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아오는 수상한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냈습니다. 강풀 작가가 직접 극본 집필을 하고 배우 김희원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배우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등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유독 외진 동네, 깊은 밤 유일하게 환한 곳인 조명가게에 언제부턴가 이상한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손이 뒤집힌 듯 손가락 안쪽에 손톱이 있는 여자, 귀에서 모래가 쉼 없이 흘러나오는 남자, 땀을 물처럼 흘리는 남자 등이 가게에 들어서죠. 사장은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는 점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엄마 심부름으로 전구를 자주 사러 오는 단골 학생인 현주에게 “낯선 사람에게서 어딘가 기이한 구석을 발견하더라도 절대 이를 알아챘다는 점을 내색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합니다.
그 무렵 동네 곳곳에서도 묘한 일들이 이어집니다. 막차도 끊긴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수상한 여자, 아무리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골목길을 울면서 걷는 남학생, 저절로 문이 열리고 물건 위치가 바뀌는 집에 갇힌 여자 등의 사연이 차례로 소개됩니다.
강풀 작가는 초반에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킨 뒤 등장인물들의 숨은 사연이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조명가게’ 극본 직접 집필한 웹툰 원작자 강풀
만화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강풀은 1997년 영서신문사에 만평을 연재하면서 데뷔했습니다. 2001년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상상력, 생동감 있는 캐릭터 구축, 긴장감 넘치는 전개,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재탄생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만화 ‘일쌍다반사’(2002), ‘영화야 놀자’(2002), ‘순정만화’(2003), ‘아파트’(2004), ‘바보’(2004), ‘타이밍’(2005), ‘26년’(2006), ‘그대를 사랑합니다’(2007), ‘이웃 사람’(2008), ‘어게인’(2009), ‘당신의 모든 순간’(2010), ‘조명가게’(2011), ‘마녀’(2013), ‘무빙’(2015), ‘브릿지’(2017) 등을 쓰고 그렸습니다. ‘안녕, 친구야’ ‘얼음 땡’ 등 동화도 내놓았고, 드라마 ‘무빙’ ‘조명가게’의 극본을 집필했습니다.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무빙’으로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순정만화’로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순정만화’ ‘타이밍’으로 독자만화대상을, ‘아파트’로 부천국제만화대상을, ‘무빙’으로 2015 대한민국 SF어워드 만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드라마 ‘무빙’으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극본상,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 작가상 등을 받았습니다.
강풀 작가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조명가게’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에 대해 “호러이자 스릴러이자 멜로인 이야기”라며 “초능력 히어로물이었던 ‘무빙’보다는 좀 더 감정적으로 깊게 들어가고, 다양한 재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만화는 마감이라는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또 생각이 짧아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며 “‘조명가게’도 그런 작품이었는데 좋은 연출자와 배우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드라마화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후세계가 어떤 형식으로든 있었으면 좋겠고, 그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똑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창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후세계 인물들도 사람답게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했기 때문에, 귀신처럼 보이는 존재를 연출할 때도 절대 혐오스럽게 표현하지는 말아 달라고 감독님께 주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명가게’로 첫 연출 선보인 배우 김희원 인터뷰 中
이번 시리즈를 통해 처음 연출자로 데뷔한 김희원은 “항상 언젠가 연출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엄두가 안 나서 망설이던 참에 작가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다”며 “막상 기회가 오니 한참 동안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작품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고, 제가 망치는 게 아닌지 겁도 많이 났다”며 “용기 내서 하겠다고 말씀드린 뒤로도 두 달 정도는 그만두겠다고 말할까 고민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연출 포인트에 대해 “대본에 있는 심오한 내용은 최대한 덜어내고 1~3화 장르를 모두 다르게 설정하면서 시청자들을 잡아두려고 노력했다”며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매회에 장르를 부여하는 게 관심을 계속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기에 그부분에 대해선 확신이 있다”며 “그 확신이 통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가 될 거라 자신한다”고 포부를 보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