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소개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Delia Owens)는 2018년 8월 14일,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을 펴내며 소설가로 데뷔합니다. 그는 미스터리, 로맨스, 자연을 연상시키는 글쓰기의 강력한 조합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미국 도서 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헬로 선샤인 북클럽’ 운영자이자 할리우드 스타인 리즈 위더스푼이 이 책을 발굴해 추천작으로 소개한 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단번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아마존 판매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 3월 4일엔 100만부 판매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습니다. 뉴욕타임스 179주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등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세계 39개국에서 판권 계약을 했으며 영화로도 제작돼 2022년 개봉했습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국내에 들여온 살림출판사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 습지에 대한 탁월한 묘사,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흡입력은 두 말할 것 없이 이 책 최고의 장점”이라며 “무엇보다도 묘사에 기품을 더하는 시적인 문체가 일품인데, 절로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들이 책장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성의 독립, 계급과 인종,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진화적으로 바라본 인간의 본성, 과학과 시 등 예리하게 던지는 시의적절한 화두들은 이 이야기의 매력이 단순히 재미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해 보인다”며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 가령 죽어 마땅한 배신자에 대한 심판, 살아남기 위해 수컷을 희생시키는 암컷, 부모-자식 간의 책임,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 등을 곱씹게 만들며, ‘윤리와 본능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줄거리 및 관전포인트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어린 소녀 카야 클라크(Kya Clark)의 성장담을 한 줄기로 엮어냈습니다. 카야는 야생에서 혼자 자라며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고립됩니다. 살인 사건 수사와 병행해 전개되는 카야의 여정은 외로움, 생존, 회복력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소속감과 자기 수용에 대한 카야의 탐구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떠나는 어머니를 시작으로 카야의 가족은 하나둘 그녀를 버립니다. 곧 형제자매들도 떠나고, 아버지는 사라져 카야는 습지 옆 오두막에 완전히 홀로 남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켜야 했던 그녀는 주변 환경에서 힘을 얻으며 땅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습지는 카야에게 집일 뿐만 아니라 위안과 영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카야의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하며 습지를 주인공을 키우고 유지하는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카야는 자라면서 인근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합니다. 홀로 잡은 홍합을 팔아 생계를 이어온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습지 소녀'라고 말합니다. 그녀와 사회의 상호 작용은 최소한이며, 물건을 거래하거나 물품을 판매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으로 제한됩니다. 고립에도 불구하고 카야의 지능과 호기심은 그녀를 자연 세계에 대해 배우게 만들고, 그녀는 주변의 식물과 동물을 과학적인 정확성으로 연구하는 숙련된 관찰자가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문서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결국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고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춥니다.
카야는 외로움 속에 두 핵심 인물 테이트 워커, 체이스 앤드루스와 특별한 관계를 맺습니다. 자연 세계에 대한 카야의 사랑을 공유하는 친절하고 예민한 소년 테이트는 카야에게 독서를 가르치고 습지 너머의 지식에 마음을 엽니다. 둘의 유대는 상호 존중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지만, 테이트는 고립된 세계에 얽매인 삶의 제약을 두려워하며 결국 카야를 떠납니다. 이로 인해 카야는 사람들을 더욱 불신하고 깊은 고독으로 자신을 밀어넣습니다. 반면 체이스는 사회의 착취와 조작을 상징합니다. 그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구애하지만 결국 카야를 속입니다. 욕망과 어둠으로 물든 이들의 관계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취약한 여성으로서 카야가 직면한 가혹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소설은 평행한 타임라인에서 펼쳐지는 살인 수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카야 성장과 마을의 인기 청년인 체이스의 신비한 죽음에 대한 조사 사이에서 전환됩니다. 체이스는 카야가 낭만적인 관계를 맺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체이스의 죽음은 카야에게 의혹을 던집니다. 카야의 연루 여부에 관계없이 체이스의 죽음은 끊임없이 그녀를 통제하고 판단하려고 하는 세상에서 자기 방어를 위한 그녀의 투쟁을 상징하게 됩니다.
첫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펴낸 작가 델리아 오언스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미국 조지아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연구 성과를 정리해 엮은 논픽션 ‘야생 속으로’(Cry of Kalahari)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습니다. 이 책으로 가장 훌륭한 자연도서에 주어지는 존 버로스상을 받았고 네이처, 아프리칸 저널 오브 에콜로지, 인터내셔널 와일드 라이프를 비롯한 유수의 학술지에 글을 실었습니다. 이 같은 이력으로 쓴 첫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의 생태 묘사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아울러 비평가들은 “이야기의 물길을 잡았다 싶을 때 휘몰아치는 반전과 예상치 못한 길목에서 감싸는 여운은 책장을 처음 폈을 때와 다른, 더 멀고 깊은 자리로 독자를 데려다놓는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