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판매 150만부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이 지난 4월 신작 ‘나의 돈키호테’를 내놓았습니다. 꿈을 좇아 모험을 감행하는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이야기를 그린 책은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됐습니다.
김호연은 2001년 영화사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출판 편집자, 만화 스토리 작가를 거쳐 2007년 전업 작가가 됐습니다. 2013년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뒤 서울 청파동 골목의 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불편한 편의점’(2021), ‘불편한 편의점2’(2022)로 밀리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나의 돈키호테’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고전 ‘라만차의 기발한 신사 돈 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를 모티브로 쓰였습니다. 사라진 옛날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시작해 15년의 시간을 오가는 소년 소녀들의 꿈과 모험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나의 돈키호테’ 줄거리
2003년 대전 구도심에 자리한 ‘돈키호테 비디오’는 동네 중학생들의 아지트입니다. 자신을 한국의 돈키호테라 부르는 독특한 개성의 주인 ‘돈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인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떡볶이를 먹고 가끔은 과외도 해줍니다. 그런 아저씨가 있는 비디오 가게를 외롭고 심심한 청소년들은 놀이방이자 공부방처럼 드나듭니다. 그들이 이곳에서 배운 건 오직 하나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입니다. 돈키호테가 세상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꿈 하나로 모험을 떠나듯 돈 아저씨는 그들이 꿈을 얻고 키워 세상에 나가기를 응원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늦가을, 외주 프로덕션 6년 차 PD 솔은 자신이 기획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옵니다. 마냥 백수로 지낼 수는 없기에 진지하게 인생 2막을 고민하던 솔은 방송PD 경력을 살려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해보기로 합니다. 솔은 ‘노잼 도시’ 대전을 소재로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카페로 바뀐 옛날 비디오 가게 자리에서 우연히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만납니다. 한빈은 솔에게 비디오 가게는 사라졌지만 아저씨가 거처하던 지하 공간은 그대로라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줍니다.
한빈과 함께 지하실을 찾은 솔은 그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돈키호테 비디오 시절의 소품들을 보고 옛 추억을 떠올립니다. 한빈은 3년 전 종적을 감춘 아빠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며 솔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돈 아저씨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온갖 영화를 섭렵하며 시나리오를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돈키호테를 닮은 그는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는 꿈을 꾸며, 비디오 가게를 접은 후에도 지하에 칩거해 글을 쓰던 중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 것입니다.
솔은 자신을 ‘산초’라 부르며 늘 응원해주던 돈 아저씨의 현재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아울러 돌이켜보니 자신이 방송 피디 일을 하게 된 것도 모두 돈 아저씨와 돈키호테 비디오의 영향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솔은 지하 공간을 유튜브 스튜디오 삼아 그 시절 봤던 책과 영화를 소개하고, 한빈과 함께 돈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시작합니다. 채널명은 ‘돈키호테 비디오’고 주인장인 자신은 ‘찐산초’라 명명합니다.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 그의 지인들을 만나고 과거 돈 아저씨가 ‘라만차 클럽 아미고’라 불렀던 비디오 가게 단골 친구들에게 도움도 청합니다. 솔과 한빈은 엄청난 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대전에서 서울로, 통영으로, 부산으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달려갑니다.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에 내 모습 많이 투영”
김호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와 돈키호테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다”며 “신작을 읽어보신 독자들 리뷰를 보니 ‘김호연이 돈키호테처럼 글을 써왔는데 드디어 이런 책을 냈구나’하신 분도 있었는데,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돈키호테가 풍차에다 마구 들이대듯이 저 자신도 풍찬노숙하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다”며 “하고 싶었던 일과 꿈이 늘 있었기에 힘들어도 늘 돈키호테처럼 모험을 계속 해 올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호연은 “요즘 다들 돈에 찌들어 있기도 하고 좀 움츠려 있지 않나”라며 “돈키호테가 상징하는 게 바로 모험”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돈과 상관 없이 꿈을 갖고 도전하고, 또 모험을 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이 시대에 이런 돈키호테의 정신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의 돈키호테’ 출판사 나무옆의자 서평
‘나의 돈키호테’를 펴낸 출판사 나무옆의자는 ‘나의 돈키호테’에 대해 “지금껏 김호연이 쓴 작품들의 특징적 요소들이 모두 담긴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라만차 클럽 멤버들과 돈 아저씨의 끈끈한 우정은 8평 옥탑방에서 지지고 볶는 ‘망원동 포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하고, 대전에서 시작해 서울, 통영, 제주를 거쳐 스페인까지 가는 인물들의 여정은 ‘연적’ 속 두 라이벌의 여행길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죠. 또 돈 아저씨가 출판사에 다니던 시절 맞서 싸운 대리 번역 문제는 ‘고스트라이터즈’의 세계와 겹쳐 보이고, ‘돈키호테’라는 고전을 서사의 모티브로 삼은 점은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파우스터’와 연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인물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중심 공간인 비디오 대여점은 ‘불편한 편의점’의 ‘올웨이즈 편의점’과 닿아 있어 이 모든 요소들이 작품 속에 용해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놀랍고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태어났다는 평가입니다.